아소, 님하
문학관의 선물(글과 영상)
[글] 혼불 완독을 위한 안내서_ 「혼불」 속 인물⑥ 욕망의 화신, 옹구네
작성자
최명희문학관
작성일
2023-09-13 12:58
조회
409
※ 글쓴이: 김근혜(동화작가)_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동화)로 등단. 『제롬랜드의 비밀』, 『나는 나야!』, 『유령이 된 소년』, 『봉주르 요리교실 실종사전』, 『다짜고짜 맹탐정』 등을 냈다.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2021년∼2023년).
옹구네를 향한 공배네의 충고가 담긴 글에서 우리는 옹구네가 어떤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옹구네는 거멍굴에 사는 과부다. 나이는 서른 이쪽저쪽이며 옹구라는 아들이 있다. 매안 이씨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거멍굴의 상민이다. 이웃인 평순네나 공배네와 달리 양반에게 비호의적이다. 양반을 은근히 비꼬고 조롱하는 말로 스트레스를 푼다.
옹구네는 입심이 좋아 말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말이 거친 것만 아니라 행동거지 또한 바르지 못하다. 평소에도 남자들을 향해 야릇한 눈빛을 보내는 옹구네는 가물치를 계기로 춘복과 정을 통한다. 뻔뻔하기가 벼룩 낯짝보다 더한 옹구네는 동네 사람의 불편한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강수의 망혼제가 있던 날, 옹구네는 강모와 강실이가 정을 통하는 걸 목격한다. 말 많고 음흉한 옹구네에게 딱 걸렸으니 소문 퍼지는 건 불보다 뻔한 일. 옹구네는 온갖 소문의 온상지인 비오리 주막을 시작으로 강실과 강모의 상피 사건을 은밀히 퍼뜨린다. 매안이씨 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몰매를 맞아 죽을 일이라는 걸 알면서 가벼운 입을 가만두지 못한다.
춘복은 소문을 듣고 강실을 아내로 삼아 신분 전복을 꿈꾼다. 언감생심 생각지도 못한 춘복의 계획에 옹구네는 어이가 없다. 그러나 옹구네가 누구인가.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기회주의자이며 모사꾼이다. 급기야 옹구네는 춘복을 붙잡아 두기 위해 꾀를 낸다.
백단이와 만동이 부부의 투장 사건으로 춘복이 괜한 몰매를 맞게 되자 옹구네는 마누라나 되는 양 춘복을 정성스럽게 돌본다. 공배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러냐고 쏴붙이자 옹구네는 되레 문서도 없는 부모가 무슨 부모냐며 대거리한다. 거기다 강호가 준 약값까지 가로채 아이 낳는 한약을 짓는다.
한편 춘복의 아이를 가진 채로 효원의 친정 암자로 가려던 강실은 옹구네의 계략으로 거멍굴에 발목이 잡힌다. 강실을 곁에 두고 끊임없이 질투를 하는 옹구네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까?
공배네 말대로 하자면 옹구네는 도화살 있는 외모를 가졌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입술이 두툼하며 눈가가 촉촉해서 관능미가 넘친다. 거기다 입심 좋고 태생적으로 요염을 잘 떠는 성격이니 마음만 먹으면 남자 하나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옹구네는 항상 양반이 뭐 별거냐면서 그들도 자신들 못지않게 더럽고 상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노비 우례를 겁탈해 얻은 아들 봉출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기표를 에둘러 비난한다. 춘복이 또한 양반들에게 당한 설움에 골이 깊다. 양반을 향한 이 둘의 의견은 비슷하다.
옹구네는 춘복에게 진심이다. 부모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인지 춘복은 애정 표현에 서툴다. 그 대상이 옹구네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춘복은 원체 사근사근하지 못하다. 그런 춘복이 옹구네는 야속하기만 하다. 이쯤 되면 같이 살자고 해도 될 텐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어 혼자 애를 태운다. 그런 태도가 원망스러워 춘복을 한 대 꽉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춘복이 투장 사건으로 몰매를 맞을 때는 걱정에 앞서 통쾌함을 느낀다.
옹구네는 춘복이 자신과 가시버시 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슬쩍 강실이 이야기를 꺼내 춘복을 떠본다. 강실이 얘기에 춘복은 눈을 번뜩인다. 옹구네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감히 양반집 딸을 탐내는 춘복의 야망이 황당하고 무서웠다. 그런데도 옹구네는 춘복을 돕기로 한다. 춘복의 야망이 그녀의 야망이기에.
우선은 일을 성사시기야제.
내가 한 귀영텡이 들어 주어야여.
까 쥑이고 잪지마는.
아이고, 이놈의 년놈을 기양. ∥ 「혼불」 6권 180쪽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계략을 짠다. 춘복은 정월대보름에 야망을 이루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옹구네는 분노를 애써 감추며 춘복을 돕기 위해 강실을 납치한다.
문서가 없다고 심정도 없겄냐. 이 매정헌 노무 인간아. ∥ 「혼불」 6권 185쪽
춘복을 돕는 동안 옹구네는 수백 번 속앓이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매정한 마음을 탓할 수도 없다. 춘복이 떠날까 두려운 탓이다. 결국 옹구네는 욕망을 위해 춘복의 무모하고도 간특한 계획에 동조하고 앞장까지 섰으니 맹목적인 사랑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공배네의 마음과 달리 옹구네는 춘복에게 달싹 붙어서 마누라 행세를 한다. 공배네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춘복이 대차게 밀어내면 좋으련만 두고만 보니 미칠 노릇이다. 옹구네는 공배네의 못마땅한 마음을 은근히 가지고 노는지 몸을 외로 꼬며 춘복에게 코맹맹이 소리까지 낸다.
이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부딪힌 것은 투장 사건이다. 엉뚱한 오해로 이기채에게 덕석말이를 당한 춘복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다. 죽지 않을 만큼 맞은 춘복을 옹구네가 돌본다. 피고름을 닦고 상처에 약을 바르면서 지극정성을 다하는 옹구네를 보고 있자니 공배네는 눈이 뒤집힐 지경이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공배네가 간호를 자처하고 나서자 옹구네는 무슨 자격으로 춘복을 돌보냐며 몰아붙인다. 공배네는 서럽기 그지없다. 아들이라고 문서화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춘복을 공배 부부의 자식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옹구네는 부모 자격 운운했다.
성님이 저 사람을 난 친어매요오, 안 그러먼 오누남매지간이요, 안 그러먼 인척 친척으로 숙모요오 형수씨요? 앙껏도 아니잖이여? 성님도. ∥ 「혼불」 7권 184쪽
공배네가 취약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끌어안는 호혜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면 옹구네는 가진 자를 모욕하고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호전적 성격을 띤다. 두 사람은 성격부터가 맞지 않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에 때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히 춘복을 향한 집착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안타깝게도 공배네는 옹구네에게 말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렇다고 다 늙은 공배네가 어린 옹구네와 육탄전을 벌일 수도 없는 일이다. 공배네 혼자서 속을 끓일 밖에.
이들의 춘복 쟁탈전은 소설 읽는 묘미를 한층 높인다.
옹구네에게 강실이는 하나의 먹잇감이다. 강실이는 양반집 자녀로 세상 물정에 어둡고 경험이 적어 거친 삶에 놓였을 때 가장 빨리 쉽게 무너지는 취약 대상이다. 그에 반해 옹구네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들 하나를 키우며 허드렛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니 어떤 상황에서도 강할 밖에. 삶의 굴곡이 많은 옹구네는 문제 해결 능력에서도 강실이 보다 단연 뛰어나다.
옹구네는 강수의 망혼제가 있던 날, 소변을 보러 갔다가 강모와 강실이가 어둠 속에서 관계 맺는 걸 본다. 평소 체통과 격식, 도덕성을 운운하던 양반들이 한밤중에 그것도 사촌끼리 정을 통했으니 옹구네에게 어마어마한 먹잇감을 물어줌 셈이 된다.
옹구네는 은밀하게 강실의 비밀을 퍼뜨린다. 그건 엄청난 쾌감이었다. 엄청난 소문의 진온지가 자기라는 걸 알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걸 알지만 옹구네에게 가장 힘든 일은 소문을 마음에 담아두는 일이다. 옹구네는 결국 주막 주모 비오리를 시작으로 소문을 낸다. 주막을 중심으로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간다. 강실이를 세상 누구보다 음전하고 바르고 고운 양반댁 아가씨로 알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결국 강실은 옹구네의 계략으로 거멍굴에 붙잡힌다. 공배네가 강실이를 데려가려고 하자 옹구네가 달려든다. 둘은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그런 두 여인의 모습에 강실은 자신의 처지에 절망한다.
세상 연약하고 여린 존재 강실이는 욕망에 휩싸인 인물들로 인해 갈가리 찢기어졌다. 옹구네와 너무 다른 강실이, 그런 강실을 시샘하고 무너뜨리려는 옹구네. 두 여인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삶을 태도와 마음가짐을 생각해 본다. 강실이처럼 물에 띄운 종이배처럼 이리저리 떠밀릴 것인지. 아니면 옹구네처럼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인지를 말이다.
옹구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려한 언변으로 춘복을 자기편으로 만든다. 거멍굴과 매안 이씨 집안 종들에게 은밀히 강실과 강모, 춘복의 비밀을 흘리며 대범함을 보인다. 강실이를 향한 되지도 않는 질투로 인해 옹구네는 몰래 도망가는 강실을 납치하는 무모함을 보이기도 한다. 옹구네의 민첩성과 에너지 넘치는 행동은 좋으나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 앞에 보이는 욕심을 채우려는 옹구네의 성향이 참으로 안타깝다.
- 옹구네의 생애
옹구네를 향한 공배네의 충고가 담긴 글에서 우리는 옹구네가 어떤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옹구네는 거멍굴에 사는 과부다. 나이는 서른 이쪽저쪽이며 옹구라는 아들이 있다. 매안 이씨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거멍굴의 상민이다. 이웃인 평순네나 공배네와 달리 양반에게 비호의적이다. 양반을 은근히 비꼬고 조롱하는 말로 스트레스를 푼다.
옹구네는 입심이 좋아 말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말이 거친 것만 아니라 행동거지 또한 바르지 못하다. 평소에도 남자들을 향해 야릇한 눈빛을 보내는 옹구네는 가물치를 계기로 춘복과 정을 통한다. 뻔뻔하기가 벼룩 낯짝보다 더한 옹구네는 동네 사람의 불편한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강수의 망혼제가 있던 날, 옹구네는 강모와 강실이가 정을 통하는 걸 목격한다. 말 많고 음흉한 옹구네에게 딱 걸렸으니 소문 퍼지는 건 불보다 뻔한 일. 옹구네는 온갖 소문의 온상지인 비오리 주막을 시작으로 강실과 강모의 상피 사건을 은밀히 퍼뜨린다. 매안이씨 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몰매를 맞아 죽을 일이라는 걸 알면서 가벼운 입을 가만두지 못한다.
춘복은 소문을 듣고 강실을 아내로 삼아 신분 전복을 꿈꾼다. 언감생심 생각지도 못한 춘복의 계획에 옹구네는 어이가 없다. 그러나 옹구네가 누구인가.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기회주의자이며 모사꾼이다. 급기야 옹구네는 춘복을 붙잡아 두기 위해 꾀를 낸다.
백단이와 만동이 부부의 투장 사건으로 춘복이 괜한 몰매를 맞게 되자 옹구네는 마누라나 되는 양 춘복을 정성스럽게 돌본다. 공배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러냐고 쏴붙이자 옹구네는 되레 문서도 없는 부모가 무슨 부모냐며 대거리한다. 거기다 강호가 준 약값까지 가로채 아이 낳는 한약을 짓는다.
한편 춘복의 아이를 가진 채로 효원의 친정 암자로 가려던 강실은 옹구네의 계략으로 거멍굴에 발목이 잡힌다. 강실을 곁에 두고 끊임없이 질투를 하는 옹구네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까?
- 옹구네의 외양과 성격
공배네 말대로 하자면 옹구네는 도화살 있는 외모를 가졌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입술이 두툼하며 눈가가 촉촉해서 관능미가 넘친다. 거기다 입심 좋고 태생적으로 요염을 잘 떠는 성격이니 마음만 먹으면 남자 하나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 인물 간의 관계: 옹구네와 춘복
옹구네는 항상 양반이 뭐 별거냐면서 그들도 자신들 못지않게 더럽고 상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노비 우례를 겁탈해 얻은 아들 봉출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기표를 에둘러 비난한다. 춘복이 또한 양반들에게 당한 설움에 골이 깊다. 양반을 향한 이 둘의 의견은 비슷하다.
옹구네는 춘복에게 진심이다. 부모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인지 춘복은 애정 표현에 서툴다. 그 대상이 옹구네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춘복은 원체 사근사근하지 못하다. 그런 춘복이 옹구네는 야속하기만 하다. 이쯤 되면 같이 살자고 해도 될 텐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어 혼자 애를 태운다. 그런 태도가 원망스러워 춘복을 한 대 꽉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춘복이 투장 사건으로 몰매를 맞을 때는 걱정에 앞서 통쾌함을 느낀다.
옹구네는 춘복이 자신과 가시버시 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슬쩍 강실이 이야기를 꺼내 춘복을 떠본다. 강실이 얘기에 춘복은 눈을 번뜩인다. 옹구네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감히 양반집 딸을 탐내는 춘복의 야망이 황당하고 무서웠다. 그런데도 옹구네는 춘복을 돕기로 한다. 춘복의 야망이 그녀의 야망이기에.
우선은 일을 성사시기야제.
내가 한 귀영텡이 들어 주어야여.
까 쥑이고 잪지마는.
아이고, 이놈의 년놈을 기양. ∥ 「혼불」 6권 180쪽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계략을 짠다. 춘복은 정월대보름에 야망을 이루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옹구네는 분노를 애써 감추며 춘복을 돕기 위해 강실을 납치한다.
문서가 없다고 심정도 없겄냐. 이 매정헌 노무 인간아. ∥ 「혼불」 6권 185쪽
춘복을 돕는 동안 옹구네는 수백 번 속앓이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매정한 마음을 탓할 수도 없다. 춘복이 떠날까 두려운 탓이다. 결국 옹구네는 욕망을 위해 춘복의 무모하고도 간특한 계획에 동조하고 앞장까지 섰으니 맹목적인 사랑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 인물 간의 관계: 옹구네와 공배네
공배네의 마음과 달리 옹구네는 춘복에게 달싹 붙어서 마누라 행세를 한다. 공배네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춘복이 대차게 밀어내면 좋으련만 두고만 보니 미칠 노릇이다. 옹구네는 공배네의 못마땅한 마음을 은근히 가지고 노는지 몸을 외로 꼬며 춘복에게 코맹맹이 소리까지 낸다.
이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부딪힌 것은 투장 사건이다. 엉뚱한 오해로 이기채에게 덕석말이를 당한 춘복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다. 죽지 않을 만큼 맞은 춘복을 옹구네가 돌본다. 피고름을 닦고 상처에 약을 바르면서 지극정성을 다하는 옹구네를 보고 있자니 공배네는 눈이 뒤집힐 지경이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공배네가 간호를 자처하고 나서자 옹구네는 무슨 자격으로 춘복을 돌보냐며 몰아붙인다. 공배네는 서럽기 그지없다. 아들이라고 문서화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춘복을 공배 부부의 자식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옹구네는 부모 자격 운운했다.
성님이 저 사람을 난 친어매요오, 안 그러먼 오누남매지간이요, 안 그러먼 인척 친척으로 숙모요오 형수씨요? 앙껏도 아니잖이여? 성님도. ∥ 「혼불」 7권 184쪽
공배네가 취약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끌어안는 호혜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면 옹구네는 가진 자를 모욕하고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호전적 성격을 띤다. 두 사람은 성격부터가 맞지 않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에 때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히 춘복을 향한 집착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안타깝게도 공배네는 옹구네에게 말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렇다고 다 늙은 공배네가 어린 옹구네와 육탄전을 벌일 수도 없는 일이다. 공배네 혼자서 속을 끓일 밖에.
이들의 춘복 쟁탈전은 소설 읽는 묘미를 한층 높인다.
- 인물 간의 관계: 옹구네와 강실
옹구네에게 강실이는 하나의 먹잇감이다. 강실이는 양반집 자녀로 세상 물정에 어둡고 경험이 적어 거친 삶에 놓였을 때 가장 빨리 쉽게 무너지는 취약 대상이다. 그에 반해 옹구네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아들 하나를 키우며 허드렛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니 어떤 상황에서도 강할 밖에. 삶의 굴곡이 많은 옹구네는 문제 해결 능력에서도 강실이 보다 단연 뛰어나다.
옹구네는 강수의 망혼제가 있던 날, 소변을 보러 갔다가 강모와 강실이가 어둠 속에서 관계 맺는 걸 본다. 평소 체통과 격식, 도덕성을 운운하던 양반들이 한밤중에 그것도 사촌끼리 정을 통했으니 옹구네에게 어마어마한 먹잇감을 물어줌 셈이 된다.
옹구네는 은밀하게 강실의 비밀을 퍼뜨린다. 그건 엄청난 쾌감이었다. 엄청난 소문의 진온지가 자기라는 걸 알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걸 알지만 옹구네에게 가장 힘든 일은 소문을 마음에 담아두는 일이다. 옹구네는 결국 주막 주모 비오리를 시작으로 소문을 낸다. 주막을 중심으로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간다. 강실이를 세상 누구보다 음전하고 바르고 고운 양반댁 아가씨로 알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결국 강실은 옹구네의 계략으로 거멍굴에 붙잡힌다. 공배네가 강실이를 데려가려고 하자 옹구네가 달려든다. 둘은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그런 두 여인의 모습에 강실은 자신의 처지에 절망한다.
세상 연약하고 여린 존재 강실이는 욕망에 휩싸인 인물들로 인해 갈가리 찢기어졌다. 옹구네와 너무 다른 강실이, 그런 강실을 시샘하고 무너뜨리려는 옹구네. 두 여인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삶을 태도와 마음가짐을 생각해 본다. 강실이처럼 물에 띄운 종이배처럼 이리저리 떠밀릴 것인지. 아니면 옹구네처럼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인지를 말이다.
- 옹구네의 MBTI는? - ESTP 수완 좋은 활동가형
옹구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려한 언변으로 춘복을 자기편으로 만든다. 거멍굴과 매안 이씨 집안 종들에게 은밀히 강실과 강모, 춘복의 비밀을 흘리며 대범함을 보인다. 강실이를 향한 되지도 않는 질투로 인해 옹구네는 몰래 도망가는 강실을 납치하는 무모함을 보이기도 한다. 옹구네의 민첩성과 에너지 넘치는 행동은 좋으나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 앞에 보이는 욕심을 채우려는 옹구네의 성향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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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5.03 | 0 | 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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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자료] 『전북인』(1991년 4월)에 실린 최명희 작가 인터뷰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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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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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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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3.14 | 0 | 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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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혼불 완독을 위한 안내서_ 「혼불」 5권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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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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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3.08 | 0 | 5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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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혼불 완독을 위한 안내서_ 「혼불」 4권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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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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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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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3.08 | 0 | 5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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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혼불 완독을 위한 안내서_ 「혼불」 3권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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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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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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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3.08 | 0 | 5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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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혼불 완독을 위한 안내서_ 「혼불」 2권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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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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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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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3.08 | 0 | 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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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혼불 완독을 위한 안내서_ 「혼불」 1권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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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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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3.08 | 0 | 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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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북대학교 국문과 학생들이 소개한 최명희와 최명희문학관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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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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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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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3.04 | 0 | 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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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권합니다 002호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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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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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2.01 | 0 | 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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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영상] 소설 「혼불」 속 윷점 풀이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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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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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1.20 | 0 | 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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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권합니다 001호
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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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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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 | 2023.01.05 | 0 | 5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