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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
아주 어려서부터 오로지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던 제가 대한민국 문단에 공식적으로 등단한 것은 1980년 1월 1일, 중앙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쓰러지는 빛'이 당선하면서였습니다.그러나 막상 저의 생애를 꿰뚫고 저의 덜미를 잡은 소설에 붙들린 것은 그 이듬해 1981년 5월 28일,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2000만원 고료 장편소설 모집에 '魂불' 제1부가 당선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당선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계속 쓰여지고 있는데, 많은 상금을 받고 당선한 작품을 이토록 오랜 세월 이어쓰는 형태의 이상한 작업은 아마 달리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魂불'의 자료를 수집하고, 구상, 구성, 준비한 시간을 빼고, 원고지에 첫 줄을 쓰기 시작한 것이 1980년 봄, 4월이었으니 지금까지 만 15년 6개월이 흘러 달수로 18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월간 시사종합지 '신동아'에 제2부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9월호부터였는데 만 7년 2개월간 집필하고 마침 이번 10월호를 끝으로 마감했습니다. 그러면 소설이 끝났는가, 생각하겠지만 '끝'이 아니! 고, 먼 길을 가는데 신호등이 바뀌는 네 길거리에 잠시 멈추어 선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이제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멀리 가야 할 것인지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엄청난 자석의 강물 같은 이 흐름은 깊고 큰 힘으로 저를 관통하며 흐르고 있습니다. 저는 이! 흐름 위에 저의 사랑과 슬픔과 그리움, 절망, 그리고 모든 부르고 싶은 것들을 띄웁니다. 그리고 내가 만난 모든 이야기를 띄우고 싶습니다. 사람들만이 아니라 기후와 풍토, 세시풍속, 사회제도, 촌락구조, 씨족, 역사, 관혼상제, 통과의례, 주거형태, 가구, 그릇, 소리, 빛과 향기, 달빛, 어둠을 빨아들여 흐르는 강물이 되기를 … 중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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