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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02-21 11:38
필록 570 - 낮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던 하늘
 글쓴이 : 최명희문학관
조회 : 284  

20190221 오늘의필록 혼불 4권 151쪽.jpg


이 저문다.

그렇지 않아도 진종일 낮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던 하늘은, 구름이 가린 볕뉘마저 스러지는 저녁이 되면서, 그 젖은 갈피에 어스름을 머금어 스산하게 어두워지는데.

하늘은 마치 아득히 펼쳐진 전지(全紙)의 회색 창호지 같았다.


아니면 담묵(淡墨)을 먹인 거대한 화선지라고나 할까.

검은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동짓달의 빈 천공(天空), 노적봉은 메마른 갈필(渴筆)로 끊어질 듯 허옇게 목메이며 스치어 간 비백(飛白)의 능선을 긋고 있었다.

이 능선 너머 아슴한 곳으로 드리워진 한지(韓紙)의 하늘 끝자락은 수묵(水墨)의 연지(硯池)에 닿아 있어, 거기 저절로 스며든 어둠이 서서히 그림자 누이며 번져 온다.

<혼불 4권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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