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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11-07 16:30
필록 555 - 시린 얼음 박히는 일 또한 없었을 것인가
 글쓴이 : 최명희문학관
조회 : 674  

혼불 5권 8쪽_필록555.jpg


한여름 중천에 놋뙤약볕 불무같이 이글거릴 때,

달구어진 땅 위로 솟아올라 한 모금 서늘한 약수를 마시게 해 주던 호성암의 작은 샘,

헉헉 지열을 토해 내는 더운 숨을 쾌연하게 씻어 내려 흐르던 계곡의 물살이며,

그 물살이 굽이를 틀다가 베폭같이 쏟아지던 폭포도 지금은 얼어붙어,

진군하는 이 어둠을 달래거나 쓸어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제 살 속 깊이 동상(凍傷)으로 허옇게 박혀 버리니.


봄날의 새암과 여름날의 물살이 없었더라면

이 한겨울 삼동의 핏줄에 시린 얼음 박히는 일 또한 없었을 것인가.

내리치는 칼날에 죽지를 맞은 노적봉은 상처로 먹물 드는 어둠을 피하지 못하고 차라리 웅크리어 보듬으면서 멍든 바람 소리로 울었다.

<혼불5권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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