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님,
이제 저는 어르신들 계신 곳으로 돌아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불민한 제가 감히 이 집안의 살림을 맡은 종부가 되어,
가문의 영예를 빛내는 대신 많은 누를 끼치고,
할 일을 다하지 못한 채 송구스러운 혼백이 되었사오니,
부디 이승에서의 허물을 나무라지 마옵시고,
이 부끄러운 후손을 너그러이 받아 주소서.
<혼불 4권 252~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