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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5-10 01:33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글쓴이 : 최명희문학관
조회 : 1,091  

•주최: (사)혼불문학 다산북스 전주MBC
•주관: 최명희문학관 혼불기념사업회
•후원: 전라북도 전주시 남원시



고맙습니다.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에 참여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열정과 안목과 혜안에 놀랐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모두 485편의 작품이 접수됐습니다. 10대 중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고르게 참여했으며, 서울·제주·부천·부산·대구 등 지역도 다양했습니다. 정성과 실력이 출중해 심사를 하며 읽는 재미도 컸지만, 그만큼 고민도 많았습니다.
서른세 분에게만 수상의 기쁨을 드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수상하신 분께는 축하를, 아직 수상하지 않은 분께는 위로를 보냅니다.
열심히 썼지만 수상하지 못한 분들은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올해 심사위원들과 인연이 닿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상은 실력도 필요하지만, 인연도 있어야 합니다. 올해 수상하지 않은 분들은 아직 그 인연이 닿지 않은 것뿐입니다. 다른 귀한 인연이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며, 우리 역시 여러분과의 가슴 벅찬 인연을 다시 기다립니다. 이번 공모전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여러분에게 뜻깊은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제2회 대회는 올 가을부터 시작돼 내년 봄에 마감합니다. 올해 작품을 수정·보완해서 제출해도 되며, 다른 작품으로 도전하셔도 됩니다.
혼불문학상 관계자들은 좋은 작품을 선정하고 알리는 일에 책임이 막중함을 또 느꼈습니다.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 수상자001.jpg

비극적인 역사를 떠올리는 일이 힘들었음에도 그곳으로 나를 데려가고, 그 역사 현장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것들을 보여준 작품, 「나라 없는 나라」는 여전히 내게는 최고의 작품이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동학농민혁명은 고매한 정신이 꽃을 피운 세계사에 드문 사건으로 각인되었다. 교과서 안에 갇힌 이야기로만 이해했던, 딱딱하게 굳어 상상력이 작동하지 않았던 사건이 말랑거리는 인간 정신에 대한 찬탄으로 변했다. 아무리 지독하고 힘든 오늘을 살아도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란 생각을 가지게 했다. ∥이미경의 「내일을 꿈꾼 자들에게 보내는 찬사」 중에서

 



○심사평

한국문학의 미래는 독자에게 달렸지만, 그것이 굳이 독자의 많고 적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의 수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독자의 자기 감성과 비평적 안목이다. 인기 도서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 독자, 숨은 명작을 발굴해내는 안목을 지닌 독자, 작가에게 새로운 감각과 영감을 불어넣을 줄 아는 독자가 많아질 때 우리 문학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문학의 저변을 넓혀가는 일이란 다른 게 아니다. 문학적 소양과 인간학적 감성을 지닌 독자를 발굴하고, 그러한 독자들이 지속해서 자신의 독서 활동을 전개해나갈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의 배경에는 이와 같은 한국문학의 독자를 발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여기에는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를 만든다는 믿음이 깔렸다. 20세기가 ‘쓰는 자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읽는 자의 시대’가 되었다. 문학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른바, 소비자의 역할과 영향력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문학의 경우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창구들이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독자의 요구가 창작 과정에 반영되는 경우를 찾아보는 일이 낯설지 않다. 독자가 작가를 압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공모전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좋은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열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세 가지 현상에 놀랐다. 참여 열기에 한 번 놀랐고, 응모작들의 수준에 또 한 번 놀랐다. 결정적으로 응모작들이 앞으로 탄생할 ‘혼불문학상’ 수상작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것은 독후감이 단순히 기존의 텍스트에 대한 감상적 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제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오래전부터 문학의 종말을 이야기해오고 있지만, 단 한 명의 독자가 남아 있는 한, 문학에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독자의 안목과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작가의 위기를 우려해야 할 사정이다.
응모작들을 분석한 결과 10대부터 80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독자층이 ‘혼불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독후감을 쓴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준비생, 군인, 가정주부, 직장인 등 각계의 관심사와 감성이 다양한 형식에 표출되어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자신만의 문체로 요약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낸 개성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야말로 다층의 목소리였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이렇게 다양한 발화의 지점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설이 감추고 있는 감성의 층위를 해석해내는 독자의 눈썰미와 그들이 쌓아온 문학적 경험의 스펙트럼에 경탄했다. 독후감의 우열은 그다음이었다. 그런 점에서 응모자들의 수준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혼불문학상’의 권위에 값한다고 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고민은 응모작들을 시상 내역에 따라 차등화하는 일이었다. 별수 없이 기준을 정해야 했다. 이 기준은 독후감의 본령을 유지하면서 공모전의 목적과 의의를 반영하여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독후감은 자신만의 이야기로 한 편의 새로운 글을 만들어내는 ‘창작 작업’이다. ‘창작’은 독후감을 쓰는 사람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유 활동을 요구한다. 1차 텍스트(책)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수동적으로 요약하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책은 능동적 사유의 기폭제가 되어야 하며, 독후감을 쓰는 사람은 치열한 사유와 감각의 긴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이 충실히 진행될 때 독후감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창작 에세이가 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세계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눈을 새롭게 닦아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기대에 근접해가는 작품을 찾아 읽고자 했고, 그러한 작품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그런데도 몇 가지 아쉬움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이것은 수상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위로에 해당한다. 특정 작품을 거론하지만, 모든 응모자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칼과 혀』라는 작품에서 음식은 하나의 손가락인데 달로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동아시아의 비극적 역사 문제를 요리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점이 아쉬웠다. 작가의 깊이와 독자의 넓이 속 진실과 거짓을 겨루고 대화해야 하는데 작가나 책에 대한 옴팡진 비판이 적었다. 심사위원들은 독자와 텍스트 그리고 사회와 역사 문화에 대한 변용을 보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독후감은 예상 독서 과정이 전제된다. 텍스트를 읽기 전에 미리 텍스트의 가치를 예상해보는 것이다. 독서 과정은 이러한 예상 독서를 확인하고 수정해가는 드라마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의 선입견과 편중된 소견을 교정할 수 있고, 작가의 세계 인식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많은 응모작이 텍스트 외부에서 머뭇거린 혐의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소설적 구성과 완성도보다는 소설에서 촉발된 사회·역사적 상상력에 치우친 경우다. <나라 없는 나라>를 대상 텍스트로 삼은 독후감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텍스트 바깥의 사회 현실에 경도하는 경우, 작가가 작품 완성을 위해 얼마 많은 것을 걸러냈는가 추론해보아야 한다. 작가가 소설의 행간에 감추어놓은 것이 무엇인지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보물은 교묘하게 위장되어 감추어지는 법이다. 첫눈에 발견되는 것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가짜에 현혹된 독후감이 적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아울러 응모자의 지적․문학적 편력이 객관적으로 표현되지 못한 경우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 경우 독후감은 공감의 지대에 놓이기 어렵다. 응모자의 지적 과시나 자의식의 과잉이 강박적으로 표출된 경우가 그랬다.
심사위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모작은 두 가지 특징을 보였다. 하나는 서평을 넘어서 한 편의 비판적 평론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 경우 다소의 현학적 자세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글의 완성도 면에서 지적 과시를 덮어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내면화된 독서력과 함께 책의 진실을 찾아가는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텍스트를 읽었고, 그 텍스트에 대한 독후감을 읽는 이중 독자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대상 텍스트를 떠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숨겨놓은 비의와 암호를 해석해 내는 응모자의 예리함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소설의 이해는 좋으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 앞에서 오래 망설이기도 했다.
대상 수상작인 이미경 씨의 「내일을 꿈꾼 자들에게 보내는 찬사」는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를 텍스트로 삼고 있다.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핵심적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저력이 돋보였다. 사적 경험이 독서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소제목을 중심으로 단락을 나누고 있는 점이 단절된 느낌을 준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작가와 소설 속 화자의 목소리에 매몰당하지 않는 이미경 씨만의 화법이 살아 있다는 장점이 앞섰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김봉성 씨의 「패자의 서, 특별 부록」은 <고요한 밤의 눈>을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정치한 문장으로 정리해낸 수작이었다. 문장은 안정되어 있었고, 문장과 문단의 리듬과 호흡은 글 읽기의 색다른 묘미를 주었다. 인용의 지점을 가려내는 혜안은 훔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서 글이 전체적으로 경직되어 있다는 지적을 비껴가기 어려웠다. 응모자의 의욕 앞에 대상 텍스트가 힘을 잃고 말았다.
또 다른 우수작인 윤희경 씨의 「난설헌 초희를 느낀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독후감의 전형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응모자의 문체가 소설의 문체와 잘 어울렸고, 조근조근 전개되는 화법은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사실적 읽기를 넘어 상상적 읽기로 나아간 점은 발군이었다. 이 밖에도 많은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점을 밝혀둔다.
수상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수상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룬 응모자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또한 격려해 드리고 싶다. 매력적인 독후감을 읽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고, 충분히 더 잘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으므로 격려해 드린다. 심사위원들이 응모자 모두를 아주 많이 자랑스러워했다는 후기도 덧붙인다.
물론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를 당부하는 것으로 심사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독후감은 작가와 독자의 양보 없는 대결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결투는 아니지만, 문학적 경험과 감각과 사유의 전면적 충돌이라는 점에서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구도이다. 그럼에도 작가나 작품의 이름값에 주눅 든 독자들이 보였다. 작가가 쓰는 사람이라면 독자는 읽는 사람이다. 독후감을 쓰는 독자는 창작 역량을 놓고 작가와 다투지 않는다. 독후감은 읽는 자가 쓰는 자를 압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르이다. 물러섬 없는 텍스트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것은 자꾸만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재미와 의미에 있다고 말한 <고요한 밤의 눈>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읽고 자신의 견해를 유쾌하게 드러내는 뱃심과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독서 자체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수상의 영예는 그 후의 일이다.
좋은 독자를 발견하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취지였다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생각이다. 응모자 모두 한국문학을 살찌우는 아름다운 독자들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한국문학에 애정을 보내는 독자들을 만나면서 심사위원들은 ‘혼불문학상’의 사회적·문학적 책임을 다시금 생각했다. 문학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기운 같은 것이다. 문학이 죽는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문학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는 급속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따뜻한 사회,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책임이 쓰는 자와 읽는 자가 짊어진 운명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우리 사회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건강한 문학 독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심사
― 장성수(문학박사, 전북대 국문과 명예교수, 최명희문학관 관장)
― 김형술(문학박사, 전주대 한문교육학과 교수)
― 문신(교육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인, 아동문학가, 원광대 연구교수)
― 송준호(문학박사, 소설가,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 신귀백(영화평론가, 영화감독, 소설가)
― 최기우(극작가, 소설가,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겸임교수)

 



수상자.jpg


○수상소감) 대상 - 이미경

내 인생에 이런 글을 쓰는 수도 있구나, 혼자 웃는다. 대학교 1학년, 국문과 MT를 화양계곡으로 갔다. 여러 가지 활동을 했는데, 백일장에서 내가 장원을 했다. 백일장이 국문과 MT의 꽃이라 말하고 싶지만, 사실 뙤약볕에 다들 억지로 쓴, 참으로 허접한 행사였다. 그럼에도 그 순간이 내게는 신의 계시라도 받은 듯 찬란했다. 부상은 신동엽 시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였다. 아직도 그 시집은 책장에 꽂혀 있다. 쓸어버릴 책들은 무수히 많지만 신동엽의 시집은 내 손으로 버릴 수 없는 책이다. 시를 써서 상을 받다니…. 그림을 그려 받았거나, 공부 잘했다고 받은 상이 오래도록 기뻤던 것 같지는 않다.
「나라 없는 나라」는 여러 면에서 나를 사로잡은 소설이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구나, 세상을 이렇게 읽었구나, 그의 이런 시선이라면 어떤 글도 믿을 수 있겠다.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뭐냔, 질문이 솟았다. 인터넷 여기저기 리뷰를 쓰면서 지면에 속박을 느껴 쓰기를 멈추곤 했는데. 혼불문학상 수상작 소감문 대회라니. 게다가 50매라니. 읽으면서 받았던 감흥을 흡족하게 쓸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이광재 소설가의 팬이다. 「수요일에 하자」가 출판되어 무척 반가웠다. 읽는 재미와 감동 모두를 충족하는 작품이었다. 아이들 말로 엄지 척, 이다. 「나라 없는 나라」를 혼불문학상으로 뽑은 심사위원들께도 엄지 척, 이다. 훌륭한 작품을 골라 독자와 만나게 해 준 소중한 분들. 독자로서는 여러모로 겹친 행운이다. 게다가 책 잘 읽었다고 상도 주니 기쁨 두 배다.


 

○수상소감) 우수상 - 김봉성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일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라면 불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받았습니다. 수상 소식이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한 것 같습니다. 통화 시간은 50초.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라면은 불지 않았고, 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으로 밥을 벌어먹습니다. 독서의 바른 길이 무엇인지 몰라도 틀린 길은 압니다. 제가 10년 남짓 걸었던 길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권 수만 채운 시간이었습니다. 읽으면 무의식에 무언가가 누적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년에 123권을 읽은 다음 해, 저는 저의 오답을 인정했습니다. 양에 대한 집착은 속독을 강제했고, 속독은 멈춤을 거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갔던 길로 빠지지 않게 지도했습니다. 오답의 시간 속에서 제가 얻은 정답은 밥을 먹고 똥을 누듯이, 책을 먹으면 독후감을 눠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느리게 읽었습니다. 줄거리가 아니라 주제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쓴 독후감을 첨삭하고, 가끔은 제 글이 답 인양 참고하라고 보여주곤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독서의 바른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철없던 시절 ‘양의 독서’도 당시는 바른 길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지금 오답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잠재했습니다.
이번 혼불문학상 수상작 독후감 공모전은 제 밥그릇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기회였습니다. 평소처럼 읽었고, 아이들에게 가르친 대로 썼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읽은 책들도 소환해서 독후감에 녹여냈습니다. 응모했습니다. 응모하고 보니 ‘나는 사기꾼이었을까.’하는 죄의식이 체증처럼 느껴졌습니다. 4월을 보내고 5월 4일, 톡톡, 톡, 이게 웬 사이다일까요.
전화를 끊고 30초쯤 뜸을 들이는 동안 수상소감의 얼개를 더듬었습니다. 화웅의 목을 따고 온 관우의 기분으로 라면을 먹었습니다. 라면은 불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오늘부터 ‘새우맛’ 그 라면입니다. 좀 더 자신 있게 스파이에 대항하는 ‘사람’을 길러내겠습니다. 『패자의 서』는 멈추지 않습니다.


 

○수상소감) 우수상 - 윤희경

“윤희경 선생님이시죠?”
하며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택배 기사님일 수도 있으니 받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지방 검찰청 모 수사관이었다.
사기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인 박정철의 가방에서 대포통장이 나왔는데 내 명의로 된 것이란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것이 내가 피해자로서만이 아니라 박정철에게 내 명의를 직접 빌려줘 범죄에 공조를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공범으로서의 용의선상에도 올라 있어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놀란 맘을 진정시키고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긴 했지만 벌렁거리는 가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후훗. 두 달 전 일이다.
너무 쓸 데 없이 솔직한 고백이다만…, 한 달 전 이별을 하고난 후에는 수신 전화나 메시지가 없다. 없다기보단 수신 전화 열의 여덟은 맛있는 스팸전화거나 택배 기사님 전화이고 마찬가지로 수신 메시지도 스팸메시지거나 택배 기사님이다. 나머지 둘은 가족. 하하하.
벨이 울렸다. 이놈의 전화기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웬 배터리만 그렇게 잡아드시는지. 일어나 충전기를 꽂아 놓은 곳으로 갔다. 공공장소였기 때문에 벨소리가 울리게 방치해 둘 수 없었다. 모르는 번호라 보통은 받지 않지만 택배 아저씨일지도 모르니까. 하하.
“여보세요.”
“윤희경 선생님이시죠?”
역시나~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너무 과장된 표현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역대급으로 기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사관의 전화를 받았을 때만큼이나 떨리고 떨리고 떨렸다. 눈물도 났다. 정말 기뻤다.
인정받고 싶었다, 나도.
(물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기쁜 일이지만) 수상을 축하합니다!! 같은 화려한 인정이 아니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나를 그리고 앞으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언젠가. 그리고 언제나. 무엇보다 나를 부끄러워하며 안으로 안으로 숨겨놓고 있는 내 자신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다. 할 수 있다는 걸.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내 글에. 시작만 하고 진행시키지 못하는 내 이야기에. 그렇게 해서 움츠러든 나를 조금씩 조금씩 위로하면서 밖으로 끌어 내주고 싶었다. 그렇게 응모를 결심했다. 그리고 짧지만 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너무 기뻤다. 그리고 마침표 뒤에 마침표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흥분이 샘솟았다.
“나 상탔어!!”
처음 마음은 수상 소식을 듣고 같이 있던 친구하고만 알고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다. 난설헌이 생각났다. 그리고 난설헌이 생각났다. 알리고 싶었다. 모두 기뻐해 줄 것 같았다. 그 날은 너무 맑고 화창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가족들, 친구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기쁨에 젖어 그 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바람처럼 향기로웠다.
종일 난설헌이 생각났다. 이런 걸 바란 것이었을 텐데.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을. 함께 나누고 함께 기뻐하는 이런 일상을. 누리는 삶이 아니라 흘러가는 순간들을. 유독 눈에 뜨이던 팔랑거리며 날아가는 하얀 나비를 보며 동요에 감사함과 애잔함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날아 오너라
노란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에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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