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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9-05 10:23
혼불학술상 열두 번째 수상자, 서철원 씨(전주대 겸임교수) 선정
 글쓴이 : 최명희문학관
조회 : 886  


 

완성도 높은 논문은 문학작품의 울림을 되살립니다. 그런 논문은 독자들을 더 특별한 감동으로 이끌고,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새로운 학문적 영감을 제공합니다. 소설 「혼불」도 한 편의 연구논문이 나올 때마다 더 깊은 공명을 지닌 작품으로 거듭났으며, 꾸준히 연구자들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혼불학술상 열두 번째 수상자로 문학박사 서철원 씨(전주대 겸임교수)가 선정됐습니다.

서철원 (1).JPG
수상 작품은 2016년 전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인 ‘혼불의 탈식민성 연구’. 『혼불』의 후반부 공간이 왜 만주까지 확대되었는가에 주목하면서 일제강점기 민족의 정체성 회복과 관련해 ‘전통의 복원’과 ‘민중의 역사’가 소설 혼불의 주제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원류로 소설 내부에서 고안된 탈식민의 성격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논문입니다.
올해 심사는 전북대 장성수 명예교수와 한려대 전흥남 교수, 제5회 혼불학술상 수상자인 김병용 씨가 맡았습니다.
혼불학술상은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소설가 최명희(1947-1998)의 삶과 소설 「혼불」을 비롯한 그의 작품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과 평론을 대상으로 심사해 시상(상패·상금 3백만 원)하는 상입니다. 혼불학술상은 작가로서 최명희의 삶과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고, 연구자들의 업적을 기리며, 이의 문학사적 의의를 빛내기 위해 혼불기념사업회가 2001년 제정했으며, 나아가 혼불학술상을 기점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연구가 보다 심화되고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일구·이덕화·박현선·서정섭·김병용·김복순·고은미·김희진·이월영·김정혜·엄숙희·김수연·김연화·김은정·정도미·정미선·조아름·진주·최옥정 1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시상식은 10월 28일(토) 오후 4시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리며, 시상식에 앞서 수상 기념 강연이 열립니다.


 

서철원의 수상소감 “삶의 고락을 쓰다듬어주던 혼불”

2017년 들불 같은 무더위가 사그라져가는 때에 들려온 <제12회 혼불학술상> 수상 소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제가 전주에 터를 잡고 30년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최명희 선생의 ‘혼불’과 가까이 살아왔으므로 행복하였고, 그것만으로 문학을 꿈꾸는 저에게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늦도록 글을 대하다 보면 살아생전 최명희 선생이 문장으로 새긴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요, 모국어는 모국의 혼입니다. 저는 『혼불』에 한 소쿠리 순결한 모국어를 담아서 시대의 물살에 징검다리 하나로 놓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길지 않은 문장에서 최명희 선생의 문학에 자리 잡은 혼과 정신을 마주할 때면 저도 모르게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었나 봅니다. 생의 정면에서 불어오는 고락(苦樂)을 쓰다듬던 선생의 말씀 하나로 저는 문학으로부터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신중히 선택했었나 봅니다.
그리하여 다시 돌이켜 생각합니다. 『혼불』에 깃든 불멸의 정신, 그 높고 외로워서 가시밭길 같던 선생의 문학은 그 자체로 ‘혼불’이었다고.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 가을에 문장의 탑을 쌓으며 살아갈 이유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그 감성 하나만은 버릴 수 없는 까닭을 알고 있습니다.
문학을 꿈꾸어 온 오랜 날들 동안 『혼불』은 느리되 늘 긴장된 산하와 함께 왔습니다. 그 많은 날 속에 문필의 정서는 『혼불』이 품고 있는 정신의 무늬와 글의 품격에 가서 닿기를 소망하였습니다.
문학의 길은 달라도 눈빛은 선생이 바라보던 곳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금 문학의 허허벌판으로 저를 불러들입니다. 선생의 문장 속에 떠오르는 깨알 같은 별과 저의 글 속에 불어가는 허랑한 바람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선생의 불꽃 같은 삶에 있을 것이고, 『혼불』의 긴 바다에 있다는 사실 하나로 저는 다시금 글 탑을 쌓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혼불』은 일제강점기를 시대 배경으로 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전통․풍속․역사․민속․언어․지리․신앙․신화를 품고 있습니다. 그 추이와 현상적 상황을 검토하고 정리하기 위해 저는 몇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선생의 올곧은 문학 정신에 기댄 미흡한 글이나마 ‘혼불학술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수상자 서철원 프로필
∘ 경남 함양 출생. 전북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 최명희 선생의 『혼불』과 관련한 논문으로 <『혼불』의 탈식민성 연구>(전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최명희 『혼불』의 인지의미론적 연구」(현대문학이론연구 제60집·2015), 「『혼불』과 <아바타>의 탈식민성 연구」(국어문학 제63집·2016)를 발표했으며, 그 외 다수의 논문 발표.
∘ 장편소설 <왕의 초상>(다산북스·2015), <혼,백>(인사이트·2017), 9인 가족 테마 소설집 <두 번 결혼할 법>(예옥·2015) 출간.
∘ 2013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 수상. 2016년 ‘제8회 불꽃문학상’ 수상.


제12회 혼불학술상 심사위원과 심사평

   ― 장성수(전북대 명예교수)
   ― 전흥남(한려대 교수)
   ― 김병용(5회 혼불학술상 수상자)


 

하나의 작품이 수천, 수만의 제각기 다른 평가를 획득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문학연구자들의 즐거움일 것이다.
“혼불학술상”은 오직 최명희 선생의 작품 “혼불”에 대한 연구 저작물만을 수상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견 폐쇄적일 수 있지만, 이처럼 해석의 ‘나이테’가 늘어나면서 연구 공동체의 동심원이 확장되고, 이를 통해 자기 혁신을 이룬다는 점에서, 한국 인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학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학술상은 별다른 이견 없이 서철원의 박사 학위 논문인 “혼불의 탈식민성 연구”로 결정했다. 
이 논문은 “혼불”의 후반부 공간이 왜 만주까지 확대되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은연중 “혼불”은 우리 삶의 고갱이를 잘 보관하고 있는 문화적 보고라 인식되고 있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만주국 시대의 서사가 갖는 극사실주의적 서사에 덜 주목하거나 난감해한 경향이 없지 않았다.
서철원은 이처럼 고착돼 가는 연구 경향성에 충격을 주어 확장된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부분적으로 견강부회의 느낌이 없진 않으나, “혼불”(과 독자들의 시선)에 내재할 수도 있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사고의 지평을 넓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논문이다.
“혼불”은 작가 최명희와 작가 최명희가 살았던 시대의 인식 지평이 함께 빚어낸 역작이다. 이 작품에 대한 연구자들의 새로운 도전은 또한 ‘최명희 이후’, ‘혼불 이후’의 연구 역량의 총합 위에서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혼불”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자체가 “혼불”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최명희는 민족주의적 자의식이 고취되고, 스러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끓던 시대를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당대의 문학적 상상력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시도되는 시점이다. ∥김병용(제5회 혼불학술상 수상자, 문학박사)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들이 나왔다. 이와 관련된 결과물들도 상당히 축적된 셈이다. 하지만 『혼불』이 지닌 문학적(문화적) 가치와 의미에 비하면 충분한 것은 아니다. 『혼불』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혹은 ‘정복되지 않는 산’처럼 지속적인 연구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국문학으로 한정할 수 없는 역사, 민속학, 사회학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영상 및 시나리오, 복식사 등 융·복합적인 차원의 연계를 통해서도 텍스트의 지평이 더욱 확대 및 심화했으면 싶다. 선정한 논문은 다음과 같은 성과로서 주목할 만하다.
먼저, 작품 후반부에서 만주를 소설 공간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탈식민의 주체를 더욱 선명하게 제시하기 위한 소설적 장치로 해석한 점을 들고 싶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논문의 입각점이 탈식민주의(post colonialism)를 주된 바탕으로 하면서도, 저항 독법으로서 ‘대위법 읽기’(Contrapuntal reading)를 적용하고 있는 점에서 접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대상과 연구방법 간의 정합성에 부합되도록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를 넘어선 정밀한 독법과 해석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된 후속적인 연구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본다.   둘째, 『혼불』에 등장하는 하층민의 민중적 삶의 역동성에 주목하면서 근대와 전근대가 부딪치는 접점에 놓여 있다고 보고, 이것은 소설이라는 근대적 장치 속에 투영되어 있음을 구명한 점이다. 하층민의 삶의 모습은 그들이 처한 하위의 생활과 제한된 거주 공간에서의 억압과 착취의 모순을 극복해 가는 탈 식민지적 삶의 의미가 근대성으로 전환되는 시기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던 점과도 연결되고 있다. 하층민들의 삶에 내장된 역동성에 주목한 점은 이들 삶의 미래지향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하다.  
셋째, ‘혼불’이 지닌 추상적 의미를 우리 민족 구성원의 신체적· 정신적 경험 유인자에 의해 드러나고 있으며, 이것은 ‘전통의 복원’이라는 재생· 소통· 회복의 의미로 구체화해 나타난 점을 밝힌 점이다. ‘혼불’ 전통의 복원 의미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전근대성의 의미가 근대성으로 전환되는 시기의 역동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덧붙여 『혼불』의 민족 정체성 회복은 매안마을, 거멍굴 여성들이 지닌 ‘한’의 공동체적 정조(情調)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혼불』의 경우 ‘한’의 응어리를 다층화된 삶을 통해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연구자의 선행연구에 힘입은 바도 크다. 하지만 연구자 나름의 독특한 관점과 방법론에 따라서 텍스트를 정치하게 분석하고, 이러한 귀납적 결과를 토대로 논지가 일이관지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에서 설득력을 수반한다. 앞으로 더 좋은 결과물들이 기대된다. ∥전흥남(한려대 교수)



 

역대 수상자와 수상작품

∙ 제1회: 장일구(전남대 교수), 저서 『혼불읽기 문화읽기』
∙ 제2회: 이덕화(평택대 교수), 논문 「최명희의 문학읽기」
∙ 제3회: 박현선(서울시립대 출강), 논문 「최명희 소설연구」
∙ 제4회: 서정섭(서남대 교수), 평론 「『혼불』의 언어 현상과 특성」 등 3편
∙ 제5회: 김병용(전북대 초빙교수), 논문 「최명희 소설 연구」
∙ 제6회: 김복순(명지대 교수), 평론 「대모신의 정체성 찾기와 여성적 글쓰기」 등 2편
∙ 제7회: 고은미(전북대 출강), 논문 「혼불의 생태여성주의 담론 연구」
∙ 제8회: 김희진(고려대 출강), 논문 「최명희 『혼불』의 민속 모티프 연구」
∙ 제9회: 이영월(서천여고 교사·중앙대 출강), 논문 「〈혼불〉의 서사구성과 민간신앙 연구」
∙ 제10회: 김정혜(인제대 출강), 논문 「최명희『혼불』의 탈식민의식 연구」
∙ 제11회: 엄숙희 외 9명, 저서 『혼불, 언어·문화·공간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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