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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5-10 16:44
[전북포스트 20180510]혼불문학상수상작독후감대회)심사평
 글쓴이 : 최명희문학관
조회 : 216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189 [36]

 


매체: 전북포스트

날짜: 2018년 5월 10일

제목: 혼불문학상수상작독후감대회)심사평

출처: http://www.j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189

쓴이: 김미영 기자


 

 

한국문학의 미래는 독자에게 달렸지만, 그것이 굳이 독자의 많고 적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의 수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독자의 자기 감성과 비평적 안목이다. 인기 도서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 독자, 숨은 명작을 발굴해내는 안목을 지닌 독자, 작가에게 새로운 감각과 영감을 불어넣을 줄 아는 독자가 많아질 때 우리 문학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문학의 저변을 넓혀가는 일이란 다른 게 아니다. 문학적 소양과 인간학적 감성을 지닌 독자를 발굴하고, 그러한 독자들이 지속해서 자신의 독서 활동을 전개해나갈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의 배경에는 이와 같은 한국문학의 독자를 발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여기에는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를 만든다는 믿음이 깔렸다. 20세기가 ‘쓰는 자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읽는 자의 시대’가 되었다. 문학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른바, 소비자의 역할과 영향력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문학의 경우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창구들이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독자의 요구가 창작 과정에 반영되는 경우를 찾아보는 일이 낯설지 않다. 독자가 작가를 압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공모전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좋은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열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세 가지 현상에 놀랐다. 참여 열기에 한 번 놀랐고, 응모작들의 수준에 또 한 번 놀랐다. 결정적으로 응모작들이 앞으로 탄생할 ‘혼불문학상’ 수상작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것은 독후감이 단순히 기존의 텍스트에 대한 감상적 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제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오래전부터 문학의 종말을 이야기해오고 있지만, 단 한 명의 독자가 남아 있는 한, 문학에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독자의 안목과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작가의 위기를 우려해야 할 사정이다.

응모작들을 분석한 결과 10대부터 80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독자층이 ‘혼불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독후감을 쓴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준비생, 군인, 가정주부, 직장인 등 각계의 관심사와 감성이 다양한 형식에 표출되어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자신만의 문체로 요약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낸 개성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야말로 다층의 목소리였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이렇게 다양한 발화의 지점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설이 감추고 있는 감성의 층위를 해석해내는 독자의 눈썰미와 그들이 쌓아온 문학적 경험의 스펙트럼에 경탄했다. 독후감의 우열은 그다음이었다. 그런 점에서 응모자들의 수준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혼불문학상’의 권위에 값한다고 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고민은 응모작들을 시상 내역에 따라 차등화하는 일이었다. 별수 없이 기준을 정해야 했다. 이 기준은 독후감의 본령을 유지하면서 공모전의 목적과 의의를 반영하여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독후감은 자신만의 이야기로 한 편의 새로운 글을 만들어내는 ‘창작 작업’이다. ‘창작’은 독후감을 쓰는 사람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유 활동을 요구한다. 1차 텍스트(책)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수동적으로 요약하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책은 능동적 사유의 기폭제가 되어야 하며, 독후감을 쓰는 사람은 치열한 사유와 감각의 긴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이 충실히 진행될 때 독후감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창작 에세이가 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세계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눈을 새롭게 닦아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기대에 근접해가는 작품을 찾아 읽고자 했고, 그러한 작품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그런데도 몇 가지 아쉬움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이것은 수상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위로에 해당한다. 특정 작품을 거론하지만, 모든 응모자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칼과 혀』라는 작품에서 음식은 하나의 손가락인데 달로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동아시아의 비극적 역사 문제를 요리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점이 아쉬웠다. 작가의 깊이와 독자의 넓이 속 진실과 거짓을 겨루고 대화해야 하는데 작가나 책에 대한 옴팡진 비판이 적었다. 심사위원들은 독자와 텍스트 그리고 사회와 역사 문화에 대한 변용을 보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독후감은 예상 독서 과정이 전제된다. 텍스트를 읽기 전에 미리 텍스트의 가치를 예상해보는 것이다. 독서 과정은 이러한 예상 독서를 확인하고 수정해가는 드라마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의 선입견과 편중된 소견을 교정할 수 있고, 작가의 세계 인식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많은 응모작이 텍스트 외부에서 머뭇거린 혐의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소설적 구성과 완성도보다는 소설에서 촉발된 사회·역사적 상상력에 치우친 경우다. <나라 없는 나라>를 대상 텍스트로 삼은 독후감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텍스트 바깥의 사회 현실에 경도하는 경우, 작가가 작품 완성을 위해 얼마 많은 것을 걸러냈는가 추론해보아야 한다. 작가가 소설의 행간에 감추어놓은 것이 무엇인지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보물은 교묘하게 위장되어 감추어지는 법이다. 첫눈에 발견되는 것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가짜에 현혹된 독후감이 적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아울러 응모자의 지적․문학적 편력이 객관적으로 표현되지 못한 경우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 경우 독후감은 공감의 지대에 놓이기 어렵다. 응모자의 지적 과시나 자의식의 과잉이 강박적으로 표출된 경우가 그랬다.

심사위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모작은 두 가지 특징을 보였다. 하나는 서평을 넘어서 한 편의 비판적 평론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 경우 다소의 현학적 자세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글의 완성도 면에서 지적 과시를 덮어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내면화된 독서력과 함께 책의 진실을 찾아가는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텍스트를 읽었고, 그 텍스트에 대한 독후감을 읽는 이중 독자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대상 텍스트를 떠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숨겨놓은 비의와 암호를 해석해 내는 응모자의 예리함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소설의 이해는 좋으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 앞에서 오래 망설이기도 했다.

대상 수상작인 이미경 씨의 「내일을 꿈꾼 자들에게 보내는 찬사」는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를 텍스트로 삼고 있다.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핵심적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저력이 돋보였다. 사적 경험이 독서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소제목을 중심으로 단락을 나누고 있는 점이 단절된 느낌을 준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작가와 소설 속 화자의 목소리에 매몰당하지 않는 이미경 씨만의 화법이 살아 있다는 장점이 앞섰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김봉성 씨의 「패자의 서, 특별 부록」은 <고요한 밤의 눈>을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정치한 문장으로 정리해낸 수작이었다. 문장은 안정되어 있었고, 문장과 문단의 리듬과 호흡은 글 읽기의 색다른 묘미를 주었다. 인용의 지점을 가려내는 혜안은 훔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서 글이 전체적으로 경직되어 있다는 지적을 비껴가기 어려웠다. 응모자의 의욕 앞에 대상 텍스트가 힘을 잃고 말았다.

또 다른 우수작인 윤희경 씨의 「난설헌 초희를 느낀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독후감의 전형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응모자의 문체가 소설의 문체와 잘 어울렸고, 조근조근 전개되는 화법은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사실적 읽기를 넘어 상상적 읽기로 나아간 점은 발군이었다. 이 밖에도 많은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점을 밝혀둔다.

수상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수상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룬 응모자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또한 격려해 드리고 싶다. 매력적인 독후감을 읽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고, 충분히 더 잘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으므로 격려해 드린다. 심사위원들이 응모자 모두를 아주 많이 자랑스러워했다는 후기도 덧붙인다.

물론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를 당부하는 것으로 심사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독후감은 작가와 독자의 양보 없는 대결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결투는 아니지만, 문학적 경험과 감각과 사유의 전면적 충돌이라는 점에서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구도이다. 그럼에도 작가나 작품의 이름값에 주눅 든 독자들이 보였다. 작가가 쓰는 사람이라면 독자는 읽는 사람이다. 독후감을 쓰는 독자는 창작 역량을 놓고 작가와 다투지 않는다. 독후감은 읽는 자가 쓰는 자를 압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르이다. 물러섬 없는 텍스트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것은 자꾸만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재미와 의미에 있다고 말한 <고요한 밤의 눈>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읽고 자신의 견해를 유쾌하게 드러내는 뱃심과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독서 자체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수상의 영예는 그 후의 일이다.

좋은 독자를 발견하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취지였다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생각이다. 응모자 모두 한국문학을 살찌우는 아름다운 독자들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한국문학에 애정을 보내는 독자들을 만나면서 심사위원들은 ‘혼불문학상’의 사회적·문학적 책임을 다시금 생각했다. 문학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기운 같은 것이다. 문학이 죽는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문학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는 급속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따뜻한 사회,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책임이 쓰는 자와 읽는 자가 짊어진 운명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우리 사회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건강한 문학 독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장성수(문학박사, 전북대 국문과 명예교수, 최명희문학관 관장)
김미영(문학박사, 전북대·전주대 강의전담교수)
김형술(문학박사, 전주대 한문교육학과 교수)
문신(교육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인, 아동문학가, 원광대 연구교수)
송준호(문학박사, 소설가,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신귀백(영화평론가, 영화감독, 소설가)
이경진(시인, 얘기보따리 연구원)
최기우(극작가, 소설가,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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